글의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할 수 있을까

Nov 09, 2025

심상

원래 Spec-kit을 쓰면서 느낀 점을 글로 적어보려고 했는데, 배포까지하고 글을 완성하는게 나을 듯 싶어서 예전부터 고민하던 주제로 글을 적었다.

개인적으로 글 읽는 행위를 좋아하는데, 이유는 영상 매체로 받아들이는 정보보다 텍스트로 읽는 것이 시간적으로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10분짜리 영상을 텍스트로는 마우스 스크롤 두, 세번만 굴리면 읽을 수 있다.

개발을 접하기 전에도 온라인 출판 플랫폼인 Medium에 올라오는 글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남들의 잡생각(?)을 풀어놓은 양질의 글이 많고 재밌었기 때문에.

그런데 언젠가부터(체감상 23년 말) 기술 아티클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글에 gpt 결과를 복붙한듯한 뉘앙스의 글이 노출되는 느낌을 받았다. (영어로 작성되어있음에도)

어디서 느꼈냐면 서론이 장황하거나 ‘지속 가능한 ~‘과 같은 수식어 같이 반복적인 주제나 표현도 보이고 아직 캐치못한 포인트가 몇 더 있다.

아직 널리 쓰이는 단어는 아니지만 이렇게 AI가 생성했다고 의심되는 자료를 나타내는 용어인 Slop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하게 되었다.

Medium CEO가 인터뷰에서 AI 생성 컨텐츠가 증가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추천되거나 조회되는 실제 활동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여튼 이렇게 AI가 뱉어내는 컨텐츠가 성행하는 이 시점에 글의 오리지널리티가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예전에 큐레이션에 올랐을 때도 정보를 짜집어서 보기좋게 가공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서 그때도 동일한 의문을 품기도 했다..

먼저 ‘오리지널리티’가 무엇일까? 한글로 말하면 독창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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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것을 본뜨거나 모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새롭고 독특한 것을 만들어 내는 성질.

뜻만 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해야할 것 같아 보이는데, 귀여니의 글처럼 누가봐도 귀여니가 썼다는 것처럼 알 정도가 되야 독창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독창성을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바라봤다. 내가 생각한 독창성은 ‘기억한 것에서 copy가 이뤄지고 그 copy에서 나만의 것을 더해 재창조 하는 것’을 독창성의 범위라고 정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독창성은 없는 것이다. 내가 흥얼거렸던 노래, 머리에 남아 있는 책의 스토리플롯, 이 모든게 이전에 봤던 무언가를 기반으로 하기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독창성은 창조 이전에 사유의 문제’라는 것. 현상을 받아들이기 전에 의심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결심과 사유가 결국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매사에 사물의 본질을 바라보며 사는 건 피곤한 일이지만 적어도 ‘내가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를 스스로 물어보는 습관은, AI 툴이 일상 깊숙이 들어온 지금 오히려 더 중요해진 태도라고 느낀다.

SF 소설 듄을 보면 멘타트(Mentat)라는 특이한 직업이 등장하는데, ‘아라키스’ 행성에서만 나오는 자원이자 물질인 ‘스파이스 멜란지’를 섭취하고 정신수양을 통해 인간 컴퓨터가 된 사람들이다.

이 멜란지를 섭취하면 일종의 예지능력이 생기게 되는데, 모종의 사건으로 ‘인간처럼 사고하는 기계의 사용과 제작’이 금지되어있는 듄 세계관에서는 이 예지능력은 엄청난 능력이다.

55도발 왜하냐고

시대로 따지면 대충 서기 20,000만 년쯤인데, 컴퓨터의 도움없이 우주를 넘나드려면 안전한 항로를 예측해야하기 위해 눈을 뒤집어 까고(?) 연산하는 멘타트들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눈을 뒤집어까는건 영화판에서 만든 설정이지만)

듄에서 멘타트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사유하고 결론을 내리는 능력’이 극소수만의 자원이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지만, 고위직 인간 집단은 “결정”을 하고, 결정에 대한 수치적인 검증을 멘타트들이 하게 된다.

멘타트의 역할과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보면 스스로 데이터를 취합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 자체가 고귀한 행위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이런 능력이 상류층만의 전유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해본다. (SF를 너무 많이본 듯 하다)

반 우스갯소리로 내가 먹고싶은 점심메뉴마저 GPT한테 물어보는 시대인데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 자체가 귀해지고, 나중가면 정말로 스스로 자기 생각을 글로 남기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희귀해질수도..

미래 멘타트 일자리를 위해서 글을 꾸준히 쓰도록 하자.